애드맨님의 글을 볼 때마다 뭔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평론을 보는 느낌은 아니었다.
내 분야는 아니니 '뭐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그런 느낌.
요즘 애드님에 대한 찬반(이라기보다는 反이 더 많은 것 같지만)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애드맨님의 글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기획서이나 사업평가서 같은 문서다.
나는 도서 기획자다.
'편집자'나 '에디터'라는 말을 더 많이 쓰지만 이쪽이 더 간지나니까 이렇게 써야지.
암튼, 영화 기획자나 도서 기획자나 콘텐츠를 다루는 직업이므로, '상품'을 다루는 관점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획안이나 사업평가는 평론과는 상당히 차이가 크다.
평론은 당연히 작품을 봐야한다. 사업평가는 작품을 보지 않고도 가능하다. (물론 본다면 더 좋다.)
시놉시스, 감독이나 배우 프로필, 타겟 분석만으로도 그럴듯한 답을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서는 작품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완성된 작품이 있을 수도 있다. 흔한 예는 해외작품이다.
그러나 완성된 작품이 있어도, 발간하는 문제는 또 다르다.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은 발에 치이도록 많다. 기획자들도 잘 알고, 실은 그런 작품을 내고 싶을 거다.
그러나 대개의 기획자들은 월급을 받으며 회사에 이익을 줘야한다.
('대개'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꼭 그런 기획자만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서는 철저히 자본의 입장으로 써지며, 단순명료한 결론을 요구한다.
이건 높은 분들이 보셔야하니 좋은 말만 골라쓰기도 하지만, 쫄딱 망하면 다 드러난다.
가능한 객관적으로 써야 좋은 기획서다.
사업평가서는 출판사에서는 그리 선호되는 문서는 아닌 것 같다.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내가 소속되었던 곳들(몇 군데 안 됩니다)은 성패 이유를 판단하는 데 그리 열심인 것 같지 않았다.
있다 하더라도 실패한 작품에 대한 일종의 시말서 정도로 취급되지 않을까? 아님말고...
나는 내 기획작이나 다른 주요한 작품들의 사업평가서를 간단하게 작성해서 혼자(...) 본다.
여기서 도출된 결론과 데이터를 취합하면, 특정한 경향과 타겟을 분석할 수 있다.
이런 작업으로 히트작을 낼 수는 없다. 그러나 리스크는 줄일 수 있다.
리스크를 줄이고 평타 치는 작품을 내면서 안 짤리면(...) 언젠가는 히트작이 나올 수도 있다.
참고로 출판시장이 요즘 워낙 죽쑤기 때문에 평타만 꾸준히 때려줘도 성공한 기획자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기획서나 사업평가서는 작가나 비업계인이 보기엔 상당히 불편하리라 생각한다.
위에서 살짝 언급했다시피 이 문서에서 작품의 질이나 내용은 철저히 무시되기 때문이다.
기획자는 이익을 낼 수만 있다면, 말 그대로 불쏘시개라도 낸다.
가령 혈액형에 관한 서적의 내용을 그대로 믿고 내는 편집자는 없으리라 믿는다.
소재의 문제를 떠나서 이 작품은 이래서 잘 팔렸고, 이래서 안 팔렸다, 에 대한 이유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핸드폰이나 자동차 같은 공산품을 다루는 것과는 다르다.
이른바 '작품'이라는 상품에는 내용과 수준이 어찌되든 작가의 의도가 있고, 그것은 존중받을 만한 가치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업계인이 이렇게 보다니 너무하지 않아? 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으리라.
애드맨님의 글이 재밌다고 생각한 이유는 영화계에 대한 상업적 속성을 날것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러한 불편한 글을 쓰기에는 어느 정도 용기도 필요하리라.
순수하게 상업적 평가만 드러내면 틀림없이 반발하는 사람이 있으리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으니까.
물론 반발 역시 이해할 수 있다. 자본이 작품을 어찌 평가하든 그것을 만든 사람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나 역시 기획자로서 영화든 도서든 가치있는 작품이 더 많이 나와야하며, 상업적 가치보다 작품 자체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적과 영화 비롯하여 많은 컨텐츠는 자본적 속성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자본의 입장이 비업계인들에게 공개 되어 공론화 되는 과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모님이 지적한대로 독립영화는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때문에 예술의 시선이 아니라 자본의 시선으로 평가한 글이 불편한 심정 역시 이해 된다.
또한 애드맨님 역시 그러한 배려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예술은 그들의 입장에서 자본을 평가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자본의 입장으로 예술을 평가하는 일 역시 허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불편하고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는 해도 최소한 무가치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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