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장


배워보자! 스프레이 캔 조색법

백화현상님께 스프레이 조색법 포스팅을 올린다고 했는데, 바빠서 미루고 있었네요.
저는 모델러는 아니고, 스프레이 캔으로 자전거 프레임 도색을 한 적이 있습니다.
맘에 드는 색이 없어서 이래저래 해보다가, 오래된 건프라 모델링 책에서 이런 내용을 봤습니다.
미묘한 회색이 필요해서 해봤는데, 생각보다 잘 돼서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책은 안 가지고 있는지라, 허접한 그림과 함께 설명을 하겠습니다.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스트로우는 캔의 노즐을 떼고, 꼭 맞는 것을 선택해야 합니다.
스트로우도 종류가 여러가지이기 때문에 잘 골라야 합니다.
저는 팩 두유 스트로우가 딱 맞았던 기억이 있네요. 약간 유연성이 있으면 좋습니다.
맞는 고무 튜브를 써도 좋고요.
 
마분지 상자는 좁고 깊은 것이 좋습니다.

장갑은 만약 실수가 났을 때, 손에 묻으면 안 되기 때문에 씁니다.
목장갑도 좋습니다만, 저는 고무장갑을 추천.

가장 중요한 캔. 바탕색이 될 캔은 50~70%, 첨가색이 될 캔은 100%로 차 있어야 합니다.
바탕색의 압력이 너무 낮으면 미세한 조색이 어렵고, 압력이 높으면 조색이 잘 안 됩니다.
이 감은 직접 손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작업 전에 캔은 미리 잘 흔들어 놓고요.

준비가 됐으면 분사기 떼고, 스트로우를 잘라서 맨 노즐에 꼽습니다.
앞에서 말했지만, 이건 반드시 정확하게 맞아야 합니다.
조색을 하다보면 스트로우가 찢어지기도 하기 때문에 자주 갈아주는 편이 좋습니다.
딱 맞는 고무튜브가 있으면 좋을텐데, 구할 수 있으려나요.


원리는 압력차와, 스프레이의 구조를 이용하는 겁니다.
캔을 뒤집으면 가스만 나올 뿐, 도료는 이동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체는 압력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지요.
위에서처럼 첨가색이 아래, 바탕색이 위에 있어야 합니다.
바탕색도 스트로우에 잘 꼽아서 꾹, 누르면 압력차에 의해 도료가 이동합니다.
단, 바탕색 캔을 스트로우에 꼽을 때 약간 요령이 필요합니다. 이 역시 손으로 익히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색을 섞으면서, 원하는 색상이 나올 때까지 계속 확인합니다.
단, 캔을 눌었을 때 힘을 너무 주면 노즐이 망가지기도 합니다.
손가락 하나로 스프레이 노즐을 누를 때와, 팔 전체를 쓸 때는 들어가는 힘 자체가 다르거든요.
그렇다고 너무 살살 누르면 한쪽 노즐만 작동해서 조색이 잘 안 됩니다.
감을 익히려면 연습을 해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냥 노즐이 작동이 안 하는 정도면 괜찮은데, 이상하게 망가져서 질질 셀 때는...
도료가 다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합니다.
정말 대참사죠.

그래서 대참사를 막기 위한 간단한 트랩이 필요합니다.
대단한 건 아니고, 그냥 마분지 상자면 됩니다.

(위쪽 그림은 의미 불명)
요렇게 상자 안에 넣으면 터져도 큰 걱정 없습니다.
'터진다' 라는 표현을 써서 겁 낼 수도 있는데, 대단할 건 없습니다.
그냥 도료가 질질 세는 것 뿐...
그림에는 표현이 안 됐는데, 마분지 상자 만으로는 도료가 밖으로 세어나올 수 있으니, 아래에 신문지나 찌라시를 깔아주세요.

암튼 조색이 완료되면, 뚜껑에 한번 뿌려서 색을 표시해 줍니다.
나중에 섞이면 구분이 안 돼요.

이런 방법으로 응용도 가능합니다.
투명 락카에 빨간색을 약간 섞어서 투명 핑크를 만드는 등입니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막상 해보면 감에 의존해야하기 때문에 상당히 귀찮습니다.
캔 노즐도 은근히 고장이 잘 나고요.
그러나 복잡하지 않은 색상을 만들 때면 유용하지요. 
락카 스프레이가 뭐낙 싸기도 하니 하나 망가져도 뭐... 

그럼 도움이 되면 좋겠네요.






애드맨님의 글은 평론이 아니다.

* 평소에는 경어체를 쓰는데, 이번에는 뭔가 어색해서 반말체로 씁니다.

애드맨님의 글을 볼 때마다 뭔가 익숙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게 뭔지는 몰라도 평론을 보는 느낌은 아니었다.
내 분야는 아니니 '뭐 이렇게 볼 수도 있겠구나' 하는 그런 느낌.
요즘 애드님에 대한 찬반(이라기보다는 反이 더 많은 것 같지만)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애드맨님의 글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알게 되었다.
그것은 기획서이나 사업평가서 같은 문서다.

나는 도서 기획자다.
'편집자'나 '에디터'라는 말을 더 많이 쓰지만 이쪽이 더 간지나니까 이렇게 써야지.
암튼, 영화 기획자나 도서 기획자나 콘텐츠를 다루는 직업이므로, '상품'을 다루는 관점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획안이나 사업평가는 평론과는 상당히 차이가 크다.
평론은 당연히 작품을 봐야한다. 사업평가는 작품을 보지 않고도 가능하다. (물론 본다면 더 좋다.)
시놉시스, 감독이나 배우 프로필, 타겟 분석만으로도 그럴듯한 답을 추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획서는 작품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작성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완성된 작품이 있을 수도 있다. 흔한 예는 해외작품이다.
그러나 완성된 작품이 있어도, 발간하는 문제는 또 다르다.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은 발에 치이도록 많다. 기획자들도 잘 알고, 실은 그런 작품을 내고 싶을 거다.
그러나 대개의 기획자들은 월급을 받으며 회사에 이익을 줘야한다.
('대개'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꼭 그런 기획자만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획서는 철저히 자본의 입장으로 써지며, 단순명료한 결론을 요구한다.
이건 높은 분들이 보셔야하니 좋은 말만 골라쓰기도 하지만, 쫄딱 망하면 다 드러난다. 
가능한 객관적으로 써야 좋은 기획서다.

사업평가서는 출판사에서는 그리 선호되는 문서는 아닌 것 같다.
다른 곳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내가 소속되었던 곳들(몇 군데 안 됩니다)은 성패 이유를 판단하는 데 그리 열심인 것 같지 않았다.
있다 하더라도 실패한 작품에 대한 일종의 시말서 정도로 취급되지 않을까? 아님말고...
나는 내 기획작이나 다른 주요한 작품들의 사업평가서를 간단하게 작성해서 혼자(...) 본다.
여기서 도출된 결론과 데이터를 취합하면, 특정한 경향과 타겟을 분석할 수 있다.
이런 작업으로 히트작을 낼 수는 없다. 그러나 리스크는 줄일 수 있다.
리스크를 줄이고 평타 치는 작품을 내면서 안 짤리면(...) 언젠가는 히트작이 나올 수도 있다.
참고로 출판시장이 요즘 워낙 죽쑤기 때문에 평타만 꾸준히 때려줘도 성공한 기획자다.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기획서나 사업평가서는 작가나 비업계인이 보기엔 상당히 불편하리라 생각한다.
위에서 살짝 언급했다시피 이 문서에서 작품의 질이나 내용은 철저히 무시되기 때문이다.
기획자는 이익을 낼 수만 있다면, 말 그대로 불쏘시개라도 낸다.
가령 혈액형에 관한 서적의 내용을 그대로 믿고 내는 편집자는 없으리라 믿는다.
소재의 문제를 떠나서 이 작품은 이래서 잘 팔렸고, 이래서 안 팔렸다, 에 대한 이유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핸드폰이나 자동차 같은 공산품을 다루는 것과는 다르다.
이른바 '작품'이라는 상품에는 내용과 수준이 어찌되든 작가의 의도가 있고, 그것은 존중받을 만한 가치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래도 업계인이 이렇게 보다니 너무하지 않아? 라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으리라. 

애드맨님의 글이 재밌다고 생각한 이유는 영화계에 대한 상업적 속성을 날것 그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러한 불편한 글을 쓰기에는 어느 정도 용기도 필요하리라. 
순수하게 상업적 평가만 드러내면 틀림없이 반발하는 사람이 있으리라는 것은 예상할 수 있으니까.
물론 반발 역시 이해할 수 있다. 자본이 작품을 어찌 평가하든 그것을 만든 사람은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나 역시 기획자로서 영화든 도서든 가치있는 작품이 더 많이 나와야하며, 상업적 가치보다 작품 자체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적과 영화 비롯하여 많은 컨텐츠는 자본적 속성을 벗어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자본의 입장이 비업계인들에게 공개 되어 공론화 되는 과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모님이 지적한대로 독립영화는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때문에 예술의 시선이 아니라 자본의 시선으로 평가한 글이 불편한 심정 역시 이해 된다.
또한 애드맨님 역시 그러한 배려를 했어야 했다.
그러나 예술은 그들의 입장에서 자본을 평가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자본의 입장으로 예술을 평가하는 일 역시 허용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불편하고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는 해도 최소한 무가치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어째서 라이트노벨은 문학성을 갖추기 어려운가? 소설

아래는 오늘 수고해주실 교강용님.


엔하위키의 라이트 노벨 항목을 찾아보니 ‘산세이도 카타카나어 사전’ 에서 이렇게 정의했다고 합니다.
'10대의 젊은이들이 즐겨보는 주로 애니메이션 풍의 삽화나 많은 회화체가 특징인 가볍게 읽는 소설.'
삽화가 주는 이점은

1. 묘사가 간결하게 이루어지고 상황 제시가 수월하다
2. 독자가 소설에 이입하기 쉽다.

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번의 ‘이입’은 단순하게 제시되었지만 파고들면 그리 단순한 문제는 아닙니다. 단순히 삽화나 사진이 첨부된다고 이입이 더 잘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이는 라이트 노벨의 대체적인 특성들과 결부지어야 합니다.

라이트 노벨의 내용적인 특징을 아주 단순히 요약하면 이렇지 않을까요?

1) 공상적인 전개나 배경을 가진다.
2) 연애를 다룬다.

여기에 조금 더 살을 붙이면,

3) 주인공(거의 남자)는 이야기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세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힘이나 실마리를 가진다.
4) 연애 대상은 (주로 삽화로 제시되는) 미녀나 미소녀이며, 2명 이상 등장한다.

3,4번은 경향을 말함이지, 모든 라이트 노벨이 이렇다함은 아닙니다.

1~4번에 대체적으로 들어맞는 고전소설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구운몽’입니다. 사실 라이트 노벨의 뼈대는 고전소설의 요소와 일치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신화에서 돈키호테 이전의 고전소설에까지는 거의 항상 이입의 요소를 가지고 있으며, '이입'은 현대에도 강력한 힘을 가집니다.

돈키호테가 현대소설의 시초라 부르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주인공이 ‘이입’의 요소에는 걸맞지 않음도 한몫 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돈키호테’는 미친놈이죠. 이전에도 미친놈이 주인공인 작품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이나 몇몇 그리스 신화나 비극이 그에 속할 겁니다. 자세히 설명하지 않겠지만, 현대 문학작품들은 대체로 비극적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쨌든 미친놈에게, 혹은 비극에 독자가 이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금도 비극보다 희극이 더 인기가 있지요.

‘이입’이 어째서 문학적, 예술적이지 않는가를 비평적으로 완전히 확립시킨 사람은 브레히트라 볼 수 있습니다. 브레히트는 ‘소격효과’와 같은 용어로 이를 설명합니다. 브레히트는 관객이나 독자가 이입할 순간에 의도적으로 어떤 장치를 삽입하여 이를 방해합니다. ‘소격효과’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너 여기에 이입하면 안 됨. 이건 그냥 소설이고 연극임. 현실이 아님. 넌 여기서 현실의 문제를 도출하고 비판해야지, 여기 그냥 빠져들기만 하면 약 빨고 헬렐레하는 거랑 뭐가 다름?”

이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설명이니 딴지 걸 부분이 많지만 대충 넘어갑니다(...) 문학 외적으로도 확대하면 작품이 지닌 아우라를 점점 제거하는 포스트모던 사조와도 연결시킬 수 있을 겁니다. 어쨌든 이리하여 현대 문학은 정치적, 현실적, 풍자적이 되고, 한편으로 학문, 비평적으로, 또는 지루하거나(...) 비극적이 되었죠. 대신에 오락의 궁극이라 할 수 있는 이입의 요소는 거의 장르문학이나 타 매체에 넘어갔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 역시 경향을 설명한 것이고, 재미있는 현대 문학 작품도 많습니다. 그러나 현대 문학은 여전히 이입의 요소는 가능한 배재하며, '재미'는 이입의 요소보다는 이야기의 치밀함, 유머, 위트에 주로 의지합니다.

이입은 어째서 비문학적인가, 에 대해서 조금만 더 부연하겠습니다. 현대소설은 ‘핍진성’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네이버 사전에서 정의된 핍진성은 이렇습니다. 

‘문학 작품에서, 텍스트에 대해 신뢰할만 하고 개연성이 있다고 독자에게 납득시키는 정도.’

그렇기에 현대 문학에서 킹왕짱한 남주나 쭉빵한 여주는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는 다 아는 이야기 일테고 자세히 설명하면 또 복잡해지므로, 


현대소설에서 너무나 특별한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면 작자가 핍진성을 충족하며 의도한 주제를 드러내기 어려워집니다. 반면에 라이트 노벨은 위에서 지적한 3번 항목이 이에 어긋납니다. 예로 ‘스즈미아 하루히’ 씨리즈에서 쿈은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지만, 신이나 마찬가지인 하루히를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이 있으므로, 킹왕짱한 남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킹왕짱 주인공이 들장하면 핍진성이 성립되지 않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킹왕짱하더라도 그에 맞는 배경과 설명이 덧붙여지면 핍진성이 성립됩니다. 가령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엄친아이지만,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엄친아가 되는 과정이 소상하게 설명됩니다. 때문에 몽테크리스토 백작에서 킹왕킹인 남주가 등장함에도 핍진성의 요건을 갖추었다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몽테크리스토에게 이입을 하는 독자는 거의 없으리라 봅니다. 

라이트 노벨의 킹왕짱 주인공들 능력은 특정한 배경이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다기보다는 천부적인 능력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고딩이 이계에 갔더니 뿅, 하고 특별한 능력이 생겼다더라... 현대의 우월한 지식으로 짱먹었다더라... 하는 식이죠. 굳이 이고깽 물을 들 것도 없이 하루히 시리즈의 예처럼 천부적인 능력을 가지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어째서 천부적인 능력을 가진 주인공이 대세가 되는지 설명하자면 또 복잡해지므로,


그래도 이에 대해 조금 언급하자면, 오락장르에서 핍진성을 갖추면 분량의 문제가 있을뿐더러 이입의 정도도 떨어집니다. 과거 독자들은 몽테크리스토 같은 상당한 분량의 작품을 기꺼이 읽었지만 현대 독자들은 잉여짓으로 바쁘기 때문에 그만한 분량을 참아줄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력의 과정이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스포츠만화의 인기가 저조합니다. ‘내일의 조’나 ‘거인의 별’같은 열혈 작품들은 자기파괴적인 수련법을 보여주며 몰입을 유도했지만 열혈의 시대는 이미 지났으니...


그렇다면 이입은 무조건 나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잘 알려진 문학작품들을 보면서도 이입할 수 있습니다. 가령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힘들게 살았지..." 혹은 '마담 보봐리'를 보며 "나도 얘처럼 된장녀 ㅋ." 할수도 있고 나보코프의 '롤리타'를 보면서 "나의 로리짜응..."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예는 매우 드물고, 작가가 의도하지 않은 효과입니다. 그리고 이는 이입보다는 '공감'에 가까운 감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반면에 라이트 노벨에서 이입은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때문에 주인공은 대체로 평범한(그러나 알고보면 놀라운 능력을 지닌) 중고등학생이나 이와 유사한 나이로 설정되고, 주변에는 자기를 좋아하는 다양한 성격의 여성들이 있습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주독자층의 대리만족을 충족하고 오락을 위한 요소들입니다. 라이트 노벨의 작품성을 방해하는 더욱 큰 요소는 '모에'라고 봅니다. '모에란 이런 것이다.' 라고 명백하게 정의되진 않았지만, 츤데레라든지 쿨데레라든지 하는 전형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이 단어의 핵심입니다. 이러한 인물형은 현대 문학에서 요구하는 반동적인 인물상에 완전히 충돌하는 요소입니다. 순전히 남성독자의 입맛 위주로 만들어진, 현실과 동떨어진 인물형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경직된 세계관에서  핍진성의 성립은 대단히 어려운 일일 겁니다.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1. 라이트 노벨은 독자의 이입을 최우선한다.
2. 이입은 현대 문학적 요소에는 부합하지 않으며, 오락물의 특성에 가깝다. 
3. 많은 라이트 노벨이 핍진성의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4. 모에는 문학성의 적!


위에서 지적하였다시피 라이트노벨은 현대소설보다는 신화나 고전소설의 얼개에 가깝습니다. 그러한 점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라이트노벨은 훌륭한 오락물이고 독자에게 만족을 준다면 그로 충분합니다. 그렇지만 십년, 백년 후에 얼마나 많은 라이트노벨이 살아남을 것인가, 라고 묻는다면 매우 어렵다고 답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만약 그러한 후세에 길히 남을 라이트노벨이 등장한다면 이입의 요소들을 배제하거나, 핍진성을 갖춘 작품이어야할 겁니다. 그렇지만 이입의 요소는 어쩔 수 없다고 치고, 핍진성을 갖추어도 그것을 ‘문학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분명 명작이지만, 그것은 오락물에 국한해서입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문학적이냐, 라고 묻는다면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ps1: 여기서 ‘문학’이란 단어는 ‘라이트노벨’과 구분하게 위해 임의적으로 분리하여 사용했습니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주제를 파고들면 한도 끝도 없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2: 처음 쓸 때는 삽화의 문제라든가, 순문학의 예시를 조금 더 들어보려 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제외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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